이거 바이브 코딩으로 한 거네요. 이러면 안 됩니다.
유행이 돌고 도는 것처럼, 논쟁도 돌고 돈다.
최근 용균님의 2011년 글을 읽다가 순간 멈칫했다.
"이거 보니까 그누보드 오픈소스로 만드셨네요. 오픈소스로 개발하는 개발자도 개발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
아, 이 말이 14년 전에도 있었구나. 그리고 지금도 거의 똑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거 보니까 커서로 바이브 코딩하셨네요. 진짜 개발은 그게 아닙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이거 보니까 클로드 코드로 만드셨네요. 그러면 안 됩니다."
결국 같은 이야기의 반복인 셈이다
2011년 당시를 돌이켜보면 오픈소스를 쓰는 개발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 같다. 미리 말하자면 나는 그 시대에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지만, 그누보드는 이야기만 듣고 써본 적은 없다. 아무튼 그때는 그누보드나 워드프레스 같은 걸로 뭔가를 만들면 "그건 그냥 설정만 바꾼 거잖아"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떤가. AI 코딩 도구 쓰면 "AI가 다 해준 거잖아" 이런 식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부터 하려고 든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커서, 클로드 코드와 같은 바이브 코딩 류의 도구를 쓰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럼 진정한 개발자는 뭘까
그 당시 글로 미루어보면 진짜 개발자는 모든 코드를 밑바닥부터 직접 작성하고 프레임워크 같은 건 쓰지 않으며 내 손으로 타이핑한 코드만을 진짜라고 여겼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그럼 어떨까? AI 도구 없이 모든 코드를 스스로 작성하고 자동완성 기능까지 꺼놓은 채 내 머리로 생각하고 직접 타이핑한 코드만이 진짜일까?
하지만 당시의 현실은 어땠을까?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오픈소스 기반이었고 jQuery나 Bootstrap, WordPress 같은 게 이미 표준처럼 쓰이고 있었다. 모든 걸 완전히 처음부터 만든다는 건 사실상 비현실적이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느냐였다. 개발자들은 이미 만들어진 바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그런 시대라고 생각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발의 영역으로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궁금해 모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건 개발자 직군을 위협하는 걸까? 일반인이 AI 도구를 활용해서 유용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저도 개발했어요!'라고 말하는 건 사기를 치는 것일까? 사기라면 처음부터 단죄하고 막아야 하는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들에게 '그렇게 하지 마시고 2년 공부하고 다시 개발 시작하세요'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커서가 5분이면 해주는 코드를 이미 봐버린 그들에게 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대신 나는 더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많이 만드세요.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공부하세요."라고. 그때나 지금이나 개발자의 진리의 영역은 '결국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느냐'다.
핵심은 도구가 아니라 사고 방식
용균님 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이거다.
"그 사람은 개발자라서 O/S도 직접 개발해서 컴퓨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2025년 버전으로 바꿔보면 이렇겠다.
"그 사람은 개발자라서 AI 모델도 직접 훈련해서 코딩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좋은 도구는 사용하고 싶어진다. 사람은 귀찮음을 해결해주는 획기적인 발명에 쉽게 빠져든다. 대신 귀찮음을 해결한 에너지로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브 코딩에 대한 솔직한 생각
개인적으로 Cursor 같은 AI 도구를 써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런 도구가 개발자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발자가 이런 도구를 쓴다고 해서 개발자가 아닌 것도 아니다. 그래서 바이브 코딩은 난 긍정적으로 본다. 많은 사람들이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가지는 건 개발자 진영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 이래서 개발자가 필요하구나'라는 지점에 전혀 상관 없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개발자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일반인도 체험할 수 있게 되었으니 공감의 정도는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히려 너무 간단한 프로그램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으니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도메인 지식과 바이브 코딩 도구의 결합은 오히려 더 문제 해결을 잘해주는 결과물을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변호사가 간단한 법무 관리 툴을 만들고 의사가 환자 관리 앱을 직접 만들며 소상공인이 자기 가게 전용 앱을 만들 수 있다. 이게 나쁜 일인가? 오히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신의 도메인 지식을 바탕으로 더 나은 솔루션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 거다.
결국 개발자는 개발자다
오픈소스를 쓰든 AI를 쓰든 핵심은 문제 해결 능력이다. 2011년에는 그누보드로 웹사이트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걸 제대로 만들어주는 게 중요했고, 2025년에는 Cursor로 코드 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사용자 문제를 해결하는 앱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비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묻고 싶다. 검색엔진 쓰지 않고 도서관에서만 자료 찾는지, GPS 없이 지도만 보고 길 찾는지 말이다. 모든 기술 발전은 일반인들이 전문가의 영역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일반인이 AI 도구로 만든 것과 전문가가 만든 것은 결국 코드 구조와 가독성, 에러 처리와 예외 상황 대응, 확장성과 유지보수성, 보안과 성능에서 품질 차이가 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차이점들이 명확해지고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은 도구가 발전해도 더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마무리
용균님 글 마지막 부분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오픈소스는 개발자에게 어떤 의미일까?"
2025년 버전으로 바꿔보면
"AI 코딩 도구는 개발자에게 어떤 의미일까?"
답은 똑같다.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개발자는 도구에만 의존하지도 않고 도구를 무작정 거부하지도 않는다. 그냥 필요에 따라 잘 활용할 뿐이다. 이건 2011년이나 2025년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이런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변화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도구가 발전할 때마다 전문가의 역할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고도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계산기가 나와도 수학자는 여전히 필요하고 자동차가 나와도 운전 전문가는 여전히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AI 도구가 발전해도 진짜 개발자는 여전히 필요할 거다. 오히려 일반인들이 개발의 맛을 보게 되면서 진짜 전문가의 가치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